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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일기26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당신의 안녕을 빌어요. 2018년, 끝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괜히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떠올린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눈물부터 고인다. 많이 무너졌던 해였다. 그리고 그것을 많이 드러냈던 해였다. 늘 부끄러움이 뒤따라왔다. 부끄러움에 화가 나기도 했고, 서글프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자주 바닥을 드러냈다. 수치스러움에 숨었다가, 답답함에 드러내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행동들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감사한 한 해였다. 넘어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손길들로 일어나 다시 나아갔다. 그래서인지 불평의 언어 뒤에 감사한 마음이 붙어 다녔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신기하게도 그랬다. 넘어질지언정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것. 적절한 때에 나를 돕는 마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고.. 2018. 12. 30.
이메일을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누군가의 일상을 전해 듣는 것. 바로바로 응답을 받을 수 있는 문자나 카카오톡보다는 느렸으면 좋겠고, 일주일씩 기다려야 하는 편지보다는 조금 빨랐으면 좋겠다. 사실 편지의 기다림은 괜찮긴 한데, 주고받는 게 부담일 수 있으니, 이메일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막 이메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계정을 만들고, 인터넷 공간을 통해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 그때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알고 있는 정보는 이름뿐.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와 너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있었.. 2018. 12. 29.
12월 28일 일기 꾸준하게 뭐라도 적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하얀 화면 위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공간에 다녀와서인지 머리까지 아프다. 평소에 쓰고 싶어서 메모해두었던 이야기들도 아픈 머리에서는 흘러가지 않는다. 글을 꾸준하게 쓰기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기른 작가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력이 따라줘야 하는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렇게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적다 보면 나중에 제목을 정하기가 힘들 텐데. 오늘은 그냥 '무제' 또는 '일기'라고 간단하게 제목을 올려야 할까. 인스타그램에서 소소한 일기 등을 쓰다가 블로그에서 글을 써보려 하니 제목이 늘 걸린다. 인스타그램은 제목 적는 란이 없고 사진을 필수로 올려야 한다. 사진을.. 2018. 12. 28.
이 공간에 대한 바람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공감하기(하트)가 2개인 것을 보면 나 외에 한 명이 더 읽어주고 있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이 글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구나. 댓글을 남긴 사람은 글을 읽어봤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블로그에선 그게 어렵다. 비어있는 어떤 공간에서 작은 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 느낌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남긴다는 것은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있다. 마음은 그렇지만, 과연 내 글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찾아서 읽어볼 만큼 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유익.. 2018. 12. 27.
지지하는 마음, 지지받는 마음 성인이 된 후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다. 같이 사는 형들과 함께, 공동체성을 키우기 위한 필독서인 원피스를 잔뜩 빌려 따뜻한 방바닥에 누웠다. 부분적으로 본 적은 있었지만 1권부터 정주행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중간중간 동료를 지지하는 마음과 이어지는 행동에 자주 울컥했다. 요즘 들어 자주 지지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지지받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기브 앤 테이크. 내가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존재 자체로 지지해주는 마음을 받을 때면 마음은 가득 차오른다. 받은 마음은 양분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고, 나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8. 12. 27.
내가 애정하는 공간, 놀이터 내가 애정하는 공간인 놀이터에 따스한 빛이 비추고 있다. 겨울이 오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바람에 평일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쉬는 날 수원에 머물게 될 때면 놀이터에 스윽 나가본다. 놀이터라고 아이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그네에 앉아 그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청년도 있고, 가볍게 운동하시는 어르신들,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부모들, 뛰노는 조금 큰 학생들, 그리고 벤치에 앉아 햇볕과 사람들의 기운을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들을 쏟아두고 가는 이 공간이 나는 참 좋다. 2018. 12. 26.
잘 못 노는 사람의 어떤 서글픔 어릴 때는 성실하게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적으로 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표현을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한다. 나는 잘 못 노는 것 같다. 어떤 그룹에 가서, 자기표현을 해야 할 일이 생기거나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해야 할 일이 생기면 긴장이 되고 속이 불편해진다. 몸이 굳고 마음이 굳는다. 노래도 그렇다. 노래방에 가서, 다른 사람이 노래하는 것을 듣거나, 그 자리에 가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내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마음이 힘들어진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은 이런 것들을 즐기는데, 나는 거부감부터 들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낮아진다. 한심하기도 하고 .. 2018. 12. 26.
온기가 필요했다 함께 음식을 먹으며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 그 따뜻함에 마음이 녹는다. 올해 초, 수원에 정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셨던 그 온기가 아니었던가. 마음이 열리면 몸은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오랫동안 굳어있던 마음이 서서히 녹는 단계 없이 한순간에 타오르진 않는다. 천천히 녹아드는 마음의 속도에 맞춰 나는 그곳에 발을 디뎠다. 조금 더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을 붙이게 된 계기는 곧 사라졌다. 채워짐 없이 보낸 나머지 시간 동안 나는 다시 서서히 굳어갔다. 사실은, 나는 온기가 필요했다. 2018. 12. 25.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어떤 세상 손바닥 안의 조그마한 창을 통해 살아가는 세상이 크게 느껴졌다. 익숙해진 탓이겠지. 오히려 연락을 기다리며 외로워하던 때가 덜 외로웠던 것 같다. 가까운 듯 먼 세상에서, 알듯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는 관계 속으로 발이 빠지고 난 뒤에는 갈증은 늘 뒤따라왔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는 자주 가상을 살아간다. 현실에는 없지만 가상에는 존재하는 것들에 끌린다. 마음의 숨을 뱉고 들이마시며 살아가던 어떤 세계는 가끔 통째로 사라지곤 했다. 2018. 12. 22.
아프다 말하는 것 아프다ㅡ. 말하는 게 쉽지가 않다. 삼키고 누른 마음은 언제고 다시 피어난다. 잠시 그 시기를 늦출 뿐.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양분이 되어 더 무성하게 자란다. 머리가 마음보다는 빨라서 먼저 달려가 마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마음은 고집스러워서 가던 길을 꾸준히도 간다. 대체 어떻게 돌려야 할까. 대체 어떻게 멈춰야 할까. 아프다ㅡ. 뱉어진 말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눈물과 함께 달려온다. 2018.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