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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기록85

집안일을 대하는 태도 대학 시절 남자 여섯 명이 같은 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방 세 개에 거실 하나인 집이었는데, 고시원에 살다가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여서인지 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 살 때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집안일의 강도이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의 남자 여섯 명이다. 뭘 해 먹어도 양이 어마어마하다. 밥도, 반찬도, 국도…. 요리를 좋아하는 형을 도와서 식사 준비를 한참 한 뒤 모두가 상에 앉아서 먹기 시작하면, 5분도 지나지 않아 밥을 뚝딱 먹고 그릇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힘들게 만든 음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조금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주말이면 밀린 빨래를 본격적으로 하는데, 이 양도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토요일에 다 같이 축구까지 하는 날이면,.. 2020. 1. 17.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 혼자만 보는 일기는 그냥 그때의 감정과 생각, 있었던 일 등을 편안하게 써 내려가는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은 시작부터가 쉽지 않다. 지금 이 글도 한두 문장을 썼다가 지우는 것을 반복하면서 결국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하다가 쓰기 시작한 글이다. 쓰고 싶었던 많은 주제를 뒤로하고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라고 시작하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글쓰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술술 쓴 다음에 수많은 퇴고를 거쳐서 완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초고부터 오래 걸린다. 한두 문장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는 것은, 겨우 두 문장을 쓰고 나서 다음 문장을 잇지 못했거나 이미 써놓은 두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이어.. 2020. 1. 17.
말을 잘 내쉬고 싶습니다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때,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반대로 말을 할 수 없을 때, 숨이 턱 막히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숨. 말은 숨을 닮은 것 같습니다. 숨을 들이마셨다면 내쉬어야 하는 것처럼 말도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글은, 말을 내쉬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맴도는 말을 목소리로 내쉬지 못할 때, 종종 글로 내쉬어봅니다. 그마저도 막힐 때는 마음이 가쁩니다. 감정이 요동치면서 실수를 연발하고, 나중에는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차갑게 식어버리기 전에 잘 내쉬고 싶습니다. 2020. 1. 16.
나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나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날씨가 맑았는지 흐렸는지, 따스했는지 추웠는지, 우리를 발견했던 사람은 여성이었는지 남성이었는지, 선배였는지 동기였는지, 표정은 어떠했는지, 어떠한 말을 삼키고 어떠한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는지, 혹시 두려웠는지, 아니면 그저 설레었는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는지 멈춰버렸는지, 장담하듯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그들의 표정은 안쓰러운 표정이었는지 아니면 비운을 확신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었는지, 무엇을 그리도 미안해했는지. 기억을 꺼내다 보니 자꾸 흐려집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었던 일처럼, 자꾸만 흐려집니다. 없었던 일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아니면 있었던 일을 지우고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꾸만.. 2020. 1. 14.
책을 또 샀다 책을 샀다. 아니, 책을 또 샀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작년에 동네 책방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책방에 다니다 보니 책을 읽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이 읽고 소개하는 책에 대한 글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본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유혹당한다. 누군가는 사둔 책 중 다섯 권을 읽으면 한 권을 사겠다고 새해 다짐을 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그보다는 현실적인 다짐으로 두 권을 읽고 한 권을 사겠다고 한다. 나는 아무런 다짐을 하지 않고 새해에 벌써 열세 권의 책을 샀다. 책을 샀으니 핑계가 필요하다. 이 소비를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이유. 자주 가는 책방 사장님이 말했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서 읽는 거예요.” 나는 그때 자제하려던 마음을 다.. 2020. 1. 14.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볼게요 “용기를 내어 글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독립출판 마켓에서 만난 한 작가님의 사인을 받으며 들은 말이다. 혹시 글을 쓰냐는 질문에, 나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작가님은 글을 쓰며 겪었던 일들과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던 마음가짐 등 많은 이야기를 꺼내었다. 내가 우러러보던 작가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다. 작가님은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를 권했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수없이 많고, 글을 꺼내놓았을 때 평가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글을 계속 쓰기를 권했다. 자신만의 글은 무엇일까. 나는 왜 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왜 잘 쓰고 싶어진 걸까.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질문을 곱씹.. 2020. 1. 12.
그때그때 흐름에 맞게 반응하며 살자, 좀 무엇인가를 계획할 때, 가장 좋은 상태와 가장 나쁜 상태를 같이 생각하곤 한다. 가장 좋은 상태를 기대하면서 가장 나쁜 상태로 자신을 끌어내려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 현실은 대부분 생각했던 최악보다는 나았기에 이러한 습관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비효율적이다. 쏟아내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안전장치로 펼쳐놓은 감정에 허우적거릴 때가 많다. 나는 왜 오지 않을(가능성이 큰) 일에 마음을 쏟아가며 싸우고 있는가. 현실에서 가짜 미래를 걷어내자. 그리고 그때그때 흐름에 맞게 반응하며 살아보자. 2019. 7. 30.
공간에 대한 단상 무언가 쌓인 공간은 그 쌓인 것들의 방향성을 가지고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위로를 쌓은 공간에서 위로를 받고,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쌓은 공간에서는 동일한 감정이 흘러온다. 타인을 향한, 타인을 위한 마음을 쌓은 공간에서 더 쉽게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울함이 쌓인 공간에서는 우울함이, 무기력함이 쌓인 공간에서는 무기력함이 쉬이 내 마음을 차지한다.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돌아보게 된다. 힘들겠지만 바꾸어가야 할 공간과 지켜가야 할 공간,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공간을. 2019. 7. 4.
고마운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밤이다. 여전히 마음이 상하는 일들은 종종 있고, 무기력함이 따라오기도 하며, 관계는 늘 어렵고,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지만,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이야기 속 웃음과 눈물, 지지하는 마음과 쌓을 수밖에 없는 기도로 채워지는 삶은 꽤 살아갈만하다. 곁에서 든든하게 함께해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쏟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표현과 방법으로 지지하며 함께하고 싶다. 2019. 7. 1.
미래에 대한 고민, 고민에 대한 공감, 공감의 적용 미래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다니는 것 같다. 어릴 때도, 지금도,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도 늘 함께할 친구 같은 것이다. 특히 청년의 시기에 이 고민과의 밀착도가 높다. 취업, 이직, 연애, 결혼, 삶의 방향, 나의 기반을 다지는 것 등의 고민과 늘 맞닿아있다. 정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민, 특히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금 고민하고 결정하는 이 선택이 내 인생을 성공하게 하거나 망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입장에 서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진심으로 응원하며 ‘뭐든 도전해보길’ 권했다.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를,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 자신 있게 해나가기를 응원했다. 다른 사람이기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 2019.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