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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대하는 태도 대학 시절 남자 여섯 명이 같은 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방 세 개에 거실 하나인 집이었는데, 고시원에 살다가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여서인지 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 살 때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집안일의 강도이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의 남자 여섯 명이다. 뭘 해 먹어도 양이 어마어마하다. 밥도, 반찬도, 국도…. 요리를 좋아하는 형을 도와서 식사 준비를 한참 한 뒤 모두가 상에 앉아서 먹기 시작하면, 5분도 지나지 않아 밥을 뚝딱 먹고 그릇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힘들게 만든 음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조금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주말이면 밀린 빨래를 본격적으로 하는데, 이 양도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토요일에 다 같이 축구까지 하는 날이면,.. 2020. 1. 17.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 혼자만 보는 일기는 그냥 그때의 감정과 생각, 있었던 일 등을 편안하게 써 내려가는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은 시작부터가 쉽지 않다. 지금 이 글도 한두 문장을 썼다가 지우는 것을 반복하면서 결국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하다가 쓰기 시작한 글이다. 쓰고 싶었던 많은 주제를 뒤로하고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라고 시작하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글쓰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술술 쓴 다음에 수많은 퇴고를 거쳐서 완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초고부터 오래 걸린다. 한두 문장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는 것은, 겨우 두 문장을 쓰고 나서 다음 문장을 잇지 못했거나 이미 써놓은 두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이어.. 2020. 1. 17.
말을 잘 내쉬고 싶습니다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때,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반대로 말을 할 수 없을 때, 숨이 턱 막히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숨. 말은 숨을 닮은 것 같습니다. 숨을 들이마셨다면 내쉬어야 하는 것처럼 말도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글은, 말을 내쉬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맴도는 말을 목소리로 내쉬지 못할 때, 종종 글로 내쉬어봅니다. 그마저도 막힐 때는 마음이 가쁩니다. 감정이 요동치면서 실수를 연발하고, 나중에는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차갑게 식어버리기 전에 잘 내쉬고 싶습니다. 2020. 1. 16.
나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나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날씨가 맑았는지 흐렸는지, 따스했는지 추웠는지, 우리를 발견했던 사람은 여성이었는지 남성이었는지, 선배였는지 동기였는지, 표정은 어떠했는지, 어떠한 말을 삼키고 어떠한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는지, 혹시 두려웠는지, 아니면 그저 설레었는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는지 멈춰버렸는지, 장담하듯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그들의 표정은 안쓰러운 표정이었는지 아니면 비운을 확신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었는지, 무엇을 그리도 미안해했는지. 기억을 꺼내다 보니 자꾸 흐려집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었던 일처럼, 자꾸만 흐려집니다. 없었던 일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아니면 있었던 일을 지우고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꾸만.. 2020. 1. 14.
책을 또 샀다 책을 샀다. 아니, 책을 또 샀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작년에 동네 책방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책방에 다니다 보니 책을 읽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이 읽고 소개하는 책에 대한 글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본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유혹당한다. 누군가는 사둔 책 중 다섯 권을 읽으면 한 권을 사겠다고 새해 다짐을 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그보다는 현실적인 다짐으로 두 권을 읽고 한 권을 사겠다고 한다. 나는 아무런 다짐을 하지 않고 새해에 벌써 열세 권의 책을 샀다. 책을 샀으니 핑계가 필요하다. 이 소비를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이유. 자주 가는 책방 사장님이 말했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서 읽는 거예요.” 나는 그때 자제하려던 마음을 다.. 2020. 1. 14.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볼게요 “용기를 내어 글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독립출판 마켓에서 만난 한 작가님의 사인을 받으며 들은 말이다. 혹시 글을 쓰냐는 질문에, 나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작가님은 글을 쓰며 겪었던 일들과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던 마음가짐 등 많은 이야기를 꺼내었다. 내가 우러러보던 작가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다. 작가님은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를 권했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수없이 많고, 글을 꺼내놓았을 때 평가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글을 계속 쓰기를 권했다. 자신만의 글은 무엇일까. 나는 왜 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왜 잘 쓰고 싶어진 걸까.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질문을 곱씹.. 2020. 1. 12.
메모_0003 겉은 어찌어찌 웃어도, 마음은 끊임없이 가라앉는 그런 날이 있다. 어떤 말들이 놓이고, 어떤 이야기들이 놓이고, 그곳에 부러움이 자라고, 서글픔이 자란다. 습관적으로 "나는 여전히…."라는 말을 뱉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나는 여전히…. 나는 여전히도…. 2020. 1. 10.
《안 느끼한 산문집》 - 강이슬 [웨일북] 카페에서 이 책을 읽다가 “푸학!”하고 웃음이 터졌던, 궁금해하던 카페 사장님께 추천까지 하게 된 에피소드 이야기를 보고서 나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에피소드 주인공의 글을 읽어봤기에 신뢰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펼쳤다. 첫 에피소드가 ‘혼란의 여름, 성인방송 작가’였다. 이런 에피소드를 민망해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전히 ‘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색하고 쑥스럽다. 읽고 재미가 있으면 교회에 두려고 했었는데, 괜히 산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일단 읽었다. 왜 “푸학!”하고 웃음이 터졌는지 알 것 같았다. 경험이 재미있는 것인지,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인지,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재미있었다. 공감도 되었다. 가끔 뭉클해져서 그 페이지에 머무르기도 했다... 2020. 1. 10.
오르는 것과 오르지 않는 것 사이에서 건강보험료 고지서에 2020년 1월부터 3.2% 오른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은 체감상 1년에 두 번 정도 오르는 것 같다. 일하는 곳의 구내식당도 새해에 맞춰 가격을 올렸다. 여긴 매번 올린다. 새해라서 올린다기보다는, 새해는 새해대로 올리고 중간에는 또 이유를 만들어내서 올린다.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음식의 질과 양은 꾸준히 나빠졌다. 또 무엇이 올랐더라. 작년에 버스비가 올랐다. 마을버스비도 올랐다. 시외버스비도 올랐고, 고속버스비도 올랐다. 그러고 보니 집 보증금도 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 집주인에게는 아쉽게도 고지 기간을 놓쳐서 묵시적 갱신이 되어 다행이었지만. 계약일이 석 달쯤 지난 후에 뒤늦게 보증금을 올려도 계속 살 건지를 물어보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떠본다는 생각이 들.. 2020. 1. 7.
메모_0002 책을 읽고 잘 정리해서 흡수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 읽은 책을 잘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든다. 숙제처럼 읽는 습관을 바꿔보자. 천천히 그리고 깊이, 생각도 좀 하면서. 2020.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