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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김영사]

by Sibnt 2020. 10. 12.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김영사]

요즘에는 유난히 죽음에 대해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사람이 남긴 흔적을 지우는, 특별한 청소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는 사람은 무엇을 느꼈을까. 떠나간 사람은 무엇을 남겼을까. 주변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 책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넘기며 상상되는 이미지는 깔끔하거나 깨끗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이 죽은 현장은, 특히 자살한 사람이 방치되었다가 나중에 발견된 현장은 상상으로도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어질러진 현장 속에서도 저자는 떠난 이의 흔적을 살피며 떠난 이를 생각한다. 나는 그 마음이 참 따스하게 느껴졌다. 떠난 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눈물을 훔치기까지 하는 사람….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해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그런 사람이 이런 일을 해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은 끝판왕이라고 생각했다. 죽음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가장 큰 문제여서 다른 문제들은 사소해지는 것이라고. 죽을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세상의 문제들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무게감과 외로움…. 나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 책 속 밑줄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p.27, 분리수거

달리 생각해보면 가족은 연락을 끊어도 채권자는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 셈이다.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가 아닐까? -p.44, 가난한 자의 죽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p.47, 가난한 자의 죽음

자기가 보고 싶고 희망하는 세계만 만나려는, 편견 가득한 청소부의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해도 딱히 부정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그 믿음을 마음 한켠에 고이 묻어두고 이따금 생각나면 보러 갈 작정이다. 그런 믿음이 싹도 틔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시들어버리면 나는 이 세계에서 단 하루도 온전히 버틸 자신이 없다. -p.114, 숨겨진 것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된 단칸방. 그녀는 그 방에서 일생의 마지막 청소와 정리정돈을 마치고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p.116, 쌍쌍바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185,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

욕실에 벌거벗고 선 채 울고 싶어도 눈물 한 방울 내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죄 없는 샤워기만 하릴없이 뜨거운 물을 쏟아내고 있다. -p.198, 가격

유독한 연기를 피우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한 줌의 재가 봉투 속에 가볍게 떨궈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죽은 이의 선택을 탓하고 싶은 교만 따위는 어느새 흩어지게 마련이다. 죽은 이의 진심을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감히 누가 함부로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 p.233, 호모 파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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