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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단순한 진심》 - 조해진 [민음사]

by Sibnt 2019.10.01

《단순한 진심》 - 조해진 [민음사]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p.17

나나, 문주, 우주, 서영, 소율, 복희, 연희, 복순, 문경, 휘경.... 소설에 등장했던 이름들을 다시 불러보았다. 이름마다 의미가 담겨있고 마음이 담겨있었다. '나나'의 이름을 정했던 프랑스 부부의 마음, 아이에게 '우주'라 이름을 지어주고 '나의 우주'라 불렀던 마음, 문주라는 이름이 '먼지'가 아니라 '우주의 무늬'가 아닐까 하는 추측-그렇게 따스하게 덮여가는 마음, '복희'라는 이름이 복순의 '복'과 연희의 '희'로 이름을 지었던 두 어머니의 마음.... 이름에 담겨있는 사연과 마음을 읽을 때마다 뭉클했다.

 


* 책 속 밑줄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p.17

실은 그들이 비참할 정도로 가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그들에게는 집과 자동차가 있었어요. 언니들은 둘 다 대학 교육을 받았고, 심지어 엄마는 늙은 개까지 키우고 있더군요. 뻔뻔해. 낳아 달라고 애워너한 적도 없는데 낳아 놓고는 내 동의나 허락도 없이 먼 나라로 보내 버렸죠. 그랬으면서 개를 키우고 있다니....... -p.30

서툰 젓가락질로 열심히 국수를 먹고 있는데 복희가 자기 몫의 국수를 내 그릇에 덜어 주며 체하면 안 되니 천천히 먹으라고 타이르듯 말했다. 왜였을까. 왜 대수롭지 않은 그 말에 그토록 목이 메었을까. -p.74

"아기 가졌을 땐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 식당을 나서며 복희는 타이르듯 말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격하게 흔들리는 내 감정의 결을 해석할 수 없었다. 네가 받게 된 가장 처음의 배려, 그리고 내가 간절히 기다려 온, 너를 향한 타인의 환대....... -p.96

"너는 여러 우연을 거쳐,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나와 앙리를 만난 거야. 아니?" -p.112

살아 있다는 너의 신호, 세계를 향한 노크, 내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네는 작은 몸의 언어. 첫 태동이었다. -p.126

바로 복희가 내 삶에 개입한 배우라면 내게도 복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보호, 그건 앙리와 리사, 그리고 정우식 기관사가 내게 취한 태도이자 행동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나의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는 방식....... -p.130

연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되새기고 애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죽음 앞에 섰을 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타인.......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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