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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팔과 다리의 가격》 - 장강명 [아시아]

by Sibnt 2019. 10. 1.

《팔과 다리의 가격》 - 장강명 [아시아]

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 처음 부분에 이야기한다. 고난의 행군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 한 소년의 경험을 풀어낸다.

내가 읽으며 느꼈던 마음은 저자의 글을 쓴 이유와 비슷했다. 처참함을 보았고 또 희망을 보았다. 굶주림의 환경 속에서 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도덕적으로 선하게 살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쉽지 않다. 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보아도 쉽지 않았고 현실로 마주한다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했다.

 


* 책 속 밑줄

나는 고난의 행군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중하려 한다.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시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쓰려 한다. 나는 어떤 소년의 이야기를 쓰려 한다. -p.9,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

성품이 순한 사람들,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명령을 따랐다. 정부를 믿었던 사람들이 먼저 굶어 죽었다. 그들은 흙을 먹으며 죽어갔다. -p.67, '미공급' 사태에 대하여

아버지는 배낭을 풀어 어머니에게 음식을 먹였다. 볶은 명태와 돼지고기, 그리고 쌀밥이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 광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넋 나간 표정으로 음식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다. 소년과 아버지는 그 얼굴들을 애써 외면했다. -p.84

"사람 살려!" 열차에서 뛰어내린 학포탄광 사람들이 그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당연히 그들이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눈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을 때 소년은 부축을 받기 위해 몸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소년의 몸을 뛰어넘어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갔다. 그다음에 온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소년을 보고, 소년의 비명을 듣고, 소년의 피를 밟고, 소년의 몸을 뛰어넘었다. 아무도 다친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다. 잠시 지체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들은 손과 다리가 잘려 피를 흘리는 어린아이를 버리고 자신들의 석탄 자루를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피 묻은 발자국만 눈 위에 남았다. 소년은 그들을 증오했다. -p.106, 비명을 지르는 밤

"제 아들이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사탕이랑 사과를 사야 해요." "오빠가 기차 사고로 팔과 다리가 잘려 병원에 누워 있는데 사탕이랑 사과가 먹고 싶대요." 사람들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 어머니와 동생이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그 석탄 내가 사겠소. 이리 오시오." 할머니는 석탄 자루를 받고 어머니에게 15원을 주었다. 15원이면 사과 세 알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할머니는 그 돈뿐 아니라 옥수수국수를 만들 수 있는 면 1킬로그램과 김치까지 어머니에게 공짜로 주었다. -p.113, 비명을 지르는 밤

소년은 긴 수술 중에 몇 번이나 기절했다. 정신을 되찾으면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질문들이 먼저 그를 찾았다. 네 이름이 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마취약이 없는 의사는 그런 질문으로 어떻게든 소년의 의지를 끌어내려 했다. 그게 그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소년의 생명은 촛불이 꺼지듯 안에서부터 천천히 꺼져갔다. -p.116, 비명을 지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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