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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나의 두 사람》 - 김달님

by Sibnt 2019.09.12

《나의 두 사람》 - 김달님 [어떤책]

《나의 두 사람》은 저자가 태어날 때부터 늘 함께였던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아놓은 책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책을 읽으며, 엄마를, 아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려 장면 하나하나 짚어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든든함이기도 했고 따뜻함이기도 했다. 많은 어려움에도 지켜왔던 결과가 지금의 나였다.

언젠가 부모님 집에서 우연히 앨범을 펼쳐본 적이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의 시간과 아빠의 시간이 담겨있는 사진을 보면서, 이때의 기억을 들어줄 사람이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 한 사람으로서의 기억, 아빠 한 사람으로서의 기억,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살아내던 기억, 그리고 셋이 함께 살아가던 기억. 할 수만 있다면 이 기억을 잘 정리해서 간직하고 싶었다. 그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기록에 대한 마음이 자꾸 든다. 사진이든 글이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잘 기록해 남겨두고 싶은 마음. 저자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아두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 책 속 밑줄

가끔 궁금했다. 기껏 키운 자식들이 부모의 바람을 꺾고 품을 떠나는 일을 몇 차례 겪었으면서도 또다시 나를 거두어 키우는 일이 그들에게 과연 기쁨이었을까. 남은 삶마저 비슷하게 소진될까 봐 혹시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후회되지 않았을까. 어떻게 최선을 다해 나를 키우고 사랑한다 말해 줄 수 있었을까. -p.7, 프롤로그

분명 내가 존재했던 시간들이지만 정작 내 기억 속엔 없는 장면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한때의 내가 그들의 기억 속에만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아이의 시간은 부모의 기억에 빚져 흐르나 보다. -p.25, 네가 모두 잊어버린다 해도

하루는 첫마디만 들어도 줄줄 외는 이야기를 처음인 듯 시작하는 할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도대체 몇 번째 하는 말이냐고, 똑같은 이야기가 지겹지도 않냐고. 그러자 머쓱한 얼굴로 할머니가 대답했다. “내가 다른 할 말이 어디 있겠냐.” -p.40, 눈이 올라는 갑다

당신이 어딘가로부터 밀려났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공사를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봉지의 달콤한 과자들이 어린 나에겐 즐거움이었지만 그보다 할아버지와 셋이 자는 잠이 더 든든했다고. -p.78, 항상 늦는 이해

당시 나에겐 손바닥보다 조금 큰 소형 카메라가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할아버지가 선물해 준 카메라였다. 할아버지는 내가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까. 돌아보면 내가 가졌던 카메라는 모두 할아버지에게 받은 것들이었다. -p.92, 할아버지의 카메라

너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때. 입소식 한다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기숙사로 갔는데 부모들 다 모인 그 자리에 어떤 엄마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왔더라. 공주 같은 옷을 입고선 딱 봐도 부자 같더라고.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는데, 입소식 마치고 학교를 나가면서 네가 어떤 선생님한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나를 소개하더라. 선생님, 우리 할머니예요. 너는 내가 다리가 이래도 나를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마음속으로 매일 고맙다고 생각했다. -p.208-209, 나의 의미 - 할머니의 편지 中

나와 다르게 그들은 가끔 친숙한 곳에 죽음을 맡겨 놓은 사람들처럼 군다. 마치 언제라도 그것을 찾으러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이. 어느 날 밤엔 자는 나를 깨워 자신의 보험 서류가 어디 있는지, 어디에 연락하면 되는지 미리 당부한다. 내가 사진을 찍자고 말하면 할아버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고 할머니의 머리카락도 가지런히 빗겨 준다. 그리고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은 뒤 상반신만 나오게 잘 찍어 보라 한다. 카메라를 보고 웃는 얼굴 앞에서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몰라 몰래 손을 떤다. 그런 내게 그들은 얼른 찍으라고,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p.216-217,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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