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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비혼주의자 마리아》 - 안정혜

by Sibnt 2019.09.08

《비혼주의자 마리아》 - 안정혜

한 목사님이 올린 소개 글과 어릴 때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는 분의 책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었다.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만화로 풀어낸 책이었다.

술술 읽혔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자라면서 보았던 차별적 장면이 책에 등장할 때마다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넘겨왔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불편하지 않았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아니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시선들과 언행들. 돌아보니 꽤 많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목회자의 성범죄 부분을 다룰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성범죄를 지은 것만으로도 화가 나는데 이어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가관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그 탓을 여성에게 돌린다. "네 안에 음란한 영이…"라고 하는 장면에는 욕이 나왔다.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고, 혼자만의 회개만 있었다. 그 회개도 진짜일까 싶지만. 그리고 공동체의 안위를 내세우며 그냥 넘어가는 장면에 너무 속이 상했다. 이것이 그냥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기에, 현실은 더 끔찍할 수 있기에 더 씁쓸했다.

이 책을 보며 하나님을 어떻게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깨어있기 위해 치열해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것들로부터 물러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불편하더라도 옳은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야 하지 않을까. 성경 말씀도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깊이 있게 연구하고 묵상해야 하는 것 같다. 그냥 단순하게 내게 좋은 말씀을 취하는 것 말고. 시대적인 부분도 같이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정말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마음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함께하는 이들의 중요성도 돌아보게 된다. 책의 주인공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며 함께 하나님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교회의 모습을 꿈꾸게 된다. 함께 궁금해하고, 공부하고, 그것을 나누고, 살아내는 삶. 그 삶을 살아내는 공동체가 이 시대의 희망이지 않을까.

 


* 책 속 밑줄

"남녀 평등주의가 성폭력의 원인입니다"
그분 생각은 이거예요. 하나님은 남녀가 각각 다른 역할을 하도록 창조하셨다는 거. 그러니까 남자는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하고 이끄는 리더십. 여자는 남편의 보호를 받으면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 하는 돕는 존재. 그런데 남녀 평등주의는 이런 성경적인 남녀 역할을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나쁜 열매를 맺게 됐단 거죠, 성폭력 같은. -p.6,769

모든 남성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구분하죠? -p.72

자 여기 A와 B가 있다고 칩시다. B는 A의 약한 부분을 파악하여 그 필요를 채워 주고 따뜻하게 대해 줍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A는 B를 신뢰하게 됩니다. B는 슬슬 A를 고립시키며 자신만 의존하도록 만듭니다. B는 A에게 성 접촉을 시도합니다. A가 거부하면, B는 A를 회유하거나 비난하는 식으로 통제합니다. (그루밍 성범죄) -p.80

바울은 1세기 그리스-로마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잖아요. 노예제도 자체에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시대요. 노예가 상전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바울의 가르침이 아니라 그 시대의 당연한 덕목이었어요.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것 역시 성경의 가르침 이전에 '그 시대의 세속 통념'이었어요. -p.166-167

기본적으로 바울은 여성이 가르치거나 권위를 가지는 걸 불편하게 인식했지만 이미 버젓이 활동 중인 존경받는 여성 사역자들을 바울이 끌어내릴 수는 없었다…라고 전 생각되던데. 아까 1세기 그리스-로마 시대 정황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바울은 여성이 극도로 천대받던 시대의 인물이라고요. 바울이 그 시대의 인물이라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그냥 인정하는 게 낫지 않나요? 초기 기독교가, 당시 일반 사회에 비해서 여성 지위가 비교적 높았다는 건 알겠지만… 그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시 로마 사회는 그지 같았지만 역시 초기 기독교는 짱이었어 라고 결론 내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체 무슨 의미죠? -p.176-177

가정에서 남자의 권위는 하나님이 직접 주신 거 아닙니까? 창세기 3장 16절, 새번역입니다.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할 것이니, 너는 고통을 겪으며 자식을 낳을 것이다. 네가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
근데 그거 저주 목록 아닌가요? 남편이 아내를 다스린다는 거, 인간이 타락할 때 하나님이 저주로 내리신 항목이라고. 노동의 고통, 죽음과 함께. 그럼 그걸 '선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p.184-185

인간 왕을 달라고 떼를 썼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그리스도인들 역시 끊임없이 하나님 외에 인간적인 권위를 세우려는 집착과 욕망이 큰 것 같아. 하나님이 싫어하셨던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하나님이 반대하신 인간 왕을 세워 놓고… 그런 하나님 아닌 존재들에게 지배당하는 걸 마치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것으로 혼동하고 있는 거지. 우리 모두 교회에서 그렇게 교육받아 왔어. 하나님 아닌 존재들에게 지배당하도록. 그러니까 우리 지배당하지 말자. -p.310-311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재판법에는 성문제가 간략하게 언급되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총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에서는 목회자 성범죄 처벌 안건이 2018년에 통과되었다. 한국 개신교는 교세가 확인되는 교단만 120개가 넘는다. -p.314,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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