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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조영주

by Sibnt 2019.09.06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조영주

사실 조영주 작가님에 대해 아는 배경은 없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책방에서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래서 그 책이 어떤 책일까 손에 들어본 것이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제목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어떤 힘 같은 것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다고 하는 이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내가 저자가 되어 삶을 추억하듯이 책을 읽었다. 술술 읽혔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그렇다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을 두려워하고 즐거운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왔던 내 삶과는 다른 삶이었지만, 그래서 더 끌리고 더 재밌게 읽었다. 어떤 대단한 결과를 바라고 한다거나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 지금 좋아하는 것들에 뛰어들고 몰입하는 삶의 느낌.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쏟아내는 삶의 조각들이 모여서 한 사람을 이토록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 책 속 밑줄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놓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고 삶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철종, 《미래를 여는 핵의학과 함께 핵의학 외길 반세기》, 새한사업,2014,7쪽)
-p.30,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결국, 일 년을 조금 앞둔 어느 날 나는 이 연애를 끝내버렸다. 마침 지방의 학교에 가게 된 남자친구의 연락이 소원해지자 도저히 못 참고 "이제 좀 헤어지자!" 하며 눈물의 난리 블루스를 춘 것인데, 나는 이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우연히 본 벨 훅스의 책 《올 어바웃 러브》를 통해 내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몰입하고, 흠뻑 빠져드는 것은 열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그렇다면 "사랑을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서로가 충분히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즐거운 상태에서, 서로 즐거운 기분을 공유하는 것, 즉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p.60, 사랑, 빠지지 않고 그냥 하기 위해서

그들은 이야기한다. "고통에도 계급이 있다면 우리가 받는 고통의 계급은 유가족이 겪는 고통의 계급보다 약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만큼 힘들어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이 우리보고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냐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냥 들어줬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연잇는 대화, 울먹임, 분노,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토해내는 이야기들. "나는 세월호 사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게도 힘든 일이 있어요." "저는 사실 힘든데 티를 낼 수 없었어요. 말하면 저를 이상하게 볼까 봐 두려웠어요."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다. 힘들어도 좋다. 너는 살아도 괜찮다." 서로를 다독이는 다정한 공감의 기록, <친구들: 숨어 있는 슬픔> 그 속에는 "들어줘서 고마워요",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따스한 젊음이 있었다. -p.104, 다정한 공감의 기록

"희망은 의문형이다. 왜인 줄 아느냐. 희망이 있다고 쉽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원한다면 무기력하게 살아도 좋다. 희망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편히, 살아남자." -p.125, 희망이 없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편히 살아남자

하지만 사실 시간을 두고 보면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칭찬이다. 누군가 내 글이 좋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쓰고 싶어진다. "좀 더 칭찬을 해줘, 좀 더!" 이렇게 기대다 보면, 상대가 "이번 건 별로네"라는 말만 해도 그대로 기가 팍 죽어버리고는 "상대의 마음에 들도록 글을 고치게 되는" 오류를 발휘하고 마는 것인데, 이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p.167, 결국 사람은 자기 좋을 대로 사는 동물이니까

요즘 필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필사를 한다는 감각 자체가 마음에 드는 덕일 것이다. 무언가를 적는 행위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이른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어 사람들이 이것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필사는 아무 의미도 없다. 필사는, 나 자신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단순한 기본기 연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단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태도가 달라진다. -p.171, 하이퍼그라피아

흥미가 생길 만한 일은 다 도전했고, 일단 겪었다. 겪고 나면 뭔가 남을 줄 알았지만 언제나 하고 나면 허무할 뿐이었다. 글쓰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 종일 글만 쓰는 날들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늘 허무했다. 쓰고 나면 몸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리고 내 글을 본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나는 늘 인생이 무료하다고 느꼈고 이렇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겠지, 라고 생각했다. -p.202, 에필로그: 그렇게 나는 덕후가 됐다

그래서 나는 노력한다. 그래도 나는 노력한다. 그리하여 나는 노력한다.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 노력해서 부딪쳐 깨지는 것이 삶이라고 언젠가 깨달은 이후, 그저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아간다. -p.206, 에필로그: 그렇게 나는 덕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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