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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 김예원

by Sibnt 2019.09.06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 김예원

경주 여행 때 알게 된 <오늘은 책방>에서 SNS에 올린 소개 글을 보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을 <그렇게 책이 된다> 책방에서 만났다. 제목이 좋았다. 아무나 꽃이 핀 것도 아니고 누구만 꽃이 핀 것도 아닌, 누구나 꽃이 피었다는 제목.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법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좋은 도구'라는 믿음으로 법조인을 꿈꿨고, 지금은 [장애인권법센터]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꿈꾸었던 대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삶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두려워진다. 내가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지, 혹시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지, 잘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더 거리를 두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인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라고 답한 저자의 말이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어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시선으로 보는 것이 좋을지. 자연스럽게 녹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으로 구분 짓고 동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함께,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 책 속 밑줄

'인권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멋지게 답변해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봐도 사실 답은 하나만 떠오릅니다.
"그 사람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지 그 입장이 되어 헤아려 본다면 굳이 거창하게 인권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세상이 참 말랑말랑해질 텐데 싶습니다. -p.15, 들어가며

그런 악덕 보호작업장이라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요? 속상하지만 보호 작업장에서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그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괜찮다고, 아니, 공짜로 일해도 좋으니 제발 낮 시간 동안 일터에 있게 해 달라는 장애인(대게는 장애인의 보호자)이 끝도 없이 많으니까요. -p.30, 나무늘보도 직장이 있는데, 장애인은 일할 곳이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물어보기'입니다.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상대방이 숨 고를 틈도 없이 다가가는 것은 장애인을 당황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 도움을 청했다면 '상대방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해보기'를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유불급'입니다. -p.34, 함께생각 1. 장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제 고민 중에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장애인인 제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문제에도 우리 사회가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의견이었기에 막상 당황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지, 생각해 보니 그분의 고민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요? 오죽했으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p.41, 장애 여성의 당당한 도시살이

저도 생각해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눈에 장애가 있어서 저도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데요, 장애인은 공용 주차장에서는 주차 요금을 할인 받기도 하지요.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제가 복지 카드를 내밀고 할인을 받으니 옆에 있던 지인이 그러는 겁니다.
"와~부럽다!"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그래서 말했습니다.
"하하, 저는 이 주차 요금 열 배를 내도 상관없으니 양쪽 눈으로 다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p.45, 장애 여성의 당당한 도시살이

혼자여도 괜찮지만 둘이 불편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제도가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알아서 먼저 사랑을 접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장애인들이 맘껏 사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p.46, 장애 여성의 당당한 도시살이

"지금 여기 버스들 들어올 건데 다른 데 대세요!"
"장애인이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대는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저흰 요 앞 경기장에 야구 보러 왔어요."
"아이 씨……. 아프면 집에 가만히나 있지, 왜 나와서 돌아다니고 그래요!"
주차 요원의 갑작스런 짜증에 복남 씨는 순간 숨이 덜컥했습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은지가 그 짜증을 고스란히 겪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p.51, 아프면 집에 가만 있으란 말이 제일 싫어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장애가 이미 '자연스러워져서' 편안하게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을 누릴 수 있었던 그날 다른 사람들도 장애를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해 주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p.57, 아프면 집에 가만 있으란 말이 제일 싫어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 속 엄마처럼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선의로' 장애인을 '대신'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오해합니다. -p.81, '투명인간' 취급하지 마세요

왜 장애인이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할까요? 탈시설은 '사람으로서의 목소리를 찾아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p.108, 함께생각 3. 장애인이 시설에만 산다면

우여곡절 끝에 모든 생계 수단이 막혀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까지 가고 만 다니엘은 결국 생계 수당 신청을 포기합니다. 상담원이 포기를 만류하지만 다니엘은 고심 끝에 이런 말을 하죠.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겁니다." -p.140, '원칙' 같은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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