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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 글 : 존 버거, 번역 : 김우룡

by Sibnt 2019.09.02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 글 : 존 버거 / 번역 : 김우룡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영어로는 PHOTOCOPIES,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제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사진과 글이 있는 책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에 사진은 ,자두나무 곁의 두사람> 옆의 한 장이 전부였다. 사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과 일상의 풍경을 글로 풀어낸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29가지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면을 글로 읽어낼 때마다 작가의 관찰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글 곳곳에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장면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은 쉽게 사라지고 변질되어서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기록하기가 어렵다. 순간순간 마음에 다가오는 사람, 이야기, 장면, 온도 등을 잘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지나간 기억(그것이 혹 변질된 기억이라 하더라도)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책 속 밑줄

점차 그녀의 얼굴과 비슷하게 되어 갔다. 하지만 나는 결코 제대로 닮은 모습으로 그려낼 수는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 종종 그런 것처럼, 그녀를,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고, 내가 아무리 잘 그린다 해도 그것은 하나의 흔적 이상이 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p.38, 턱을 괴고 있는 젊은 여자

그는 자신의 모성적 글씨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사진은 끝없는 응시로부터 나오는 무의식적인 영감이다.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붙든다. -p.68,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남자

일곱 달이 흘러갔다. 모하메드는 어느 날 밤 라호르의 한 식당에서 나오다가 보도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멈추고 보았더니 무사였다. 말을 걸어 보았다. 무사는 전혀 알아듣질 못했다. 흔들어 보았다. 무사! 무사! 외쳐 불렀다. 흔들고 흔들다가 모하메드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서로 붙들면서 인도 위를 뒹굴었다. 무사아!
분노와 슬픔에 북받친 모하메드는 결국 하릴없이 일어나야 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랫동안 울었다. 사흘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런 다음 그는, 이후 결코 단념하지 않을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된다. 혁명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 -p.90, 길가에 엉켜 쓰러진 두 남자

어느 겨울 밤, 부엌에 혼자 앉아 장-마리가 만든 바구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는, 고양이들이 사랑하는 짝과 함께 자지 않는 것처럼, 동물들의 성(性)은 인간과는 달리, 원래 하나였던 것이 둘로 나뉘거나 분리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인간만이 한 몸이었던 잃어버린 옛날을 그리워한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만족스런 나른함과 난로 뒤의 따뜻함을 꿈꿀 분이다. 다른 놈을 핥아 줄 때도 마치 자신의 몸을 핥는 것과 같을 따름이다. -p.128, 바구니 안의 고양이 두 마리

그러나 우리 둘만을 말하라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고질적으로 유행에 뒤진 사람들이었다. 좀 까놓고 말하면 우린 팔리는 작가들이 아니었다. -p.140, 19호실

그의 문체는 전설적인 것이 되어 있다. 하지만 문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자. 진정한 문체는 글의 내용과 분리될 수 없다. 문체는 그렇게 쓰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인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문체는 글을 쓰고자 할 때 귀기울이게 되는 어떤 내면의 목소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부사령관의 문체에는 머뭇거림 없는 과감함과 소박함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p.148, 반군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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