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개/책

책 편집자의 이야기 《책갈피의 기분》

by Sibnt 2019. 7. 6.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편집자, 북에디터의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기도 해서인지,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우와~’하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의 반응도 사실 비슷했다. 그저 책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멋있다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고, 그렇게 결국에 책을 만들어내는 그 삶을 들여다보니 더 존경스러워졌다.

사실 나도 막연하게 내 책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따라다니는 생각인 것 같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독립출판으로 나오는 책들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나도 혹시 내 책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막연한 생각이고,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써야 할까, 고민을 해보면 막막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책 편집자로 살아가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풀어내어 책을 썼는데, 나는 무엇을 풀어낼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삶을 풀어낼 만한가. 등 결국 생각은 삶으로 흘러간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야기는 어떨까.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 사이에서 하게 되는 고민과 타협. 결국 살아내는 이야기. 이것도 나중에 글로 남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 아니면 감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아니면 인터뷰.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언젠가 내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때까지 더 경험해보고, 더 생각해보고, 더 느껴보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야겠다.


* 책 속 밑줄


“아직 계약 전이지? 그럼 한 번만 만나자고 해봐. 먼지 씨는 상냥해서 분명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야.” 선배의 말에 힘을 얻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저에게도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다양한 출판사의 조건을 비교해 보시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열과 성을 다해 설득했고 만남을 성사시켰다. 물론 그가 계약을 한 건 우리 출판사였다! -p.27

어떤 곳은 인턴을 뽑고, 어떤 곳은 10년 이상 경력의 편집장을 뽑는다. 100퍼센트 마음에 드는 회사는 어차피 없다. 여기저기 다 거르다 보면 결국 귀찮아서 지금 다니던 데나 잘 다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엄마랑 심하게 싸운 날, 아무래도 독립을 해야지 싶어 부동산 어플을 켰다가 턱도 없는 월세 앞에서 나도 모르게 엄마를 미워하던 감정이 사르르 녹는, 뭐 그런 비슷한 거 아닐까. -p.40

‘저자는 인지도가 얼마나 있지? 이 책이 나왔을 때 저자의 힘으로 홍보가 가능할까?’ ‘저자의 힘이 약하다면 이 책을 어떻게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까?’ -p.43

“책갈피의 기분….” 책을 만들며 이 책 저 책 사이에서 치이고, 결국 너덜너덜 납작해져버린 그날, 나는 책갈피의 기분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p.51

맞다. 비록 지금 내가 이 모양 이 꼴이지만, 이 모양이 꼴로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면, 잘 살아왔다면, 이것도 나름의 방식 아니겠는가. 이것은 ‘김먼지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나 같은 편집자도 한 명 정도는 괜찮겠지. -p.63

이 자리를 빌려 모든 출판사 대표님과 독자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 오타는 저절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쇄소와 제본소 그 어디쯤에 사는 오타의 요정이 편집자를 엿 먹이려고 일부러 끼워 넣는다는 사실을. 진짜로. 정말로. -p.104

건강을 해쳐가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한 결과물을 그 누구도 자랑스럽거나 떳떳하게 여길 수 없었다. 대신 사장님의 차가 바뀌었다. -p.112

나를 믿고 원고를 준 작가님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고생을 하면서도 쉴 수가 없다.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면 지금 꼭 나와야 하니까. 아예 이 업계를 떠나 해외로 도피하고 싶을 만큼 힘든 날일지라도 잔뜩 계약된 출간 리스트를 보면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정말 가치 있을 것 같은 기획이라 확신하고 계약서를 내밀던 당시의 내 모습도 기억난다. 그러고는 ‘나만큼 이 책에 애정을 지닌 사람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에 그냥 눈물 한 번 쓱 닦고 참는 것이다. 그래, 행복하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면 불행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마 이 출판사를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책을 만든다. -p.185


댓글2

  • suni 2019.07.08 13:26

    오타의 요정이 살고 있는 곳..재미 있네요. 그 지나가는 곳 그 쯤 어디에 sibnt님의 삶이 담긴 집이 지어지는 날도 기대하겠습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