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개/책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by Sibnt 2019.06.25

강민선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뭉클하다. 사서, 비정규 노동 경험, 글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읽기 전에는 나와 크게 관련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글에 녹아있는 마음은 내가 겪었던, 느꼈던, 생각했던 마음이었다. 작가님의 글은 어딘가에 묻혀있던 내 마음을 찾아내 꺼내놓았다. 《상호대차》, 《나의 비정규 노동담》을 읽고 세 번째 책으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를 읽었다. 앞으로도 강민선 작가님의 글은 꾸준하게 찾아서 읽어볼 것 같다.

 

* 책 속 밑줄 & 생각

내부 고발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초과한 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는데 많은 산하기관들 중 일부만 돌려받았을 뿐 도서관 직원들은 받지 못했다. 고발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고발했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 아니라 그만두면서 고발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
그 후로도 일하는 동안 나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그만둘 때 조용히 나가지 않을 거야”, “다 터뜨리고 나갈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것을 들어왔다. 그렇게 터뜨리고 나간 직원들 덕분에 예전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나간 사람은? 계속 여기 있으면서 터뜨릴 수는 없었던 걸까. 같이 남으면서 예전보다 조금씩 좋아지도록 할 수는 없는 건가. -p.36-37

--> 조직에서 생활하다 보면 부조리한 부분을 점점 알게 된다. 그 부당함을 당해보기도 하고, 부당함의 대상이 내가 아닐 때 눈을 감고 외면하기도 한다. 더 익숙해지고, 자리가 올라간다면 그것을 통해 이득을 취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돌아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옆자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음은 이미 세월호 생각 때문에 슬퍼진 상태였다. 세월호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장을 생각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에게 그런 책임이 있다면 과연 나보다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었을까. 우리는 서로 고개를 저었다. 못했을 거예요. 누구도 욕할 수 없어요. 그런데 만약 우리 도서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일단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까지 말하는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이다. 다시 진정하고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우리들은, 까지 말하는데 또 멈추고 말았다. 상상만으로도 마치 실제로 겪는 것처럼 두려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이어지는 말을 제대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 그러나 우는 바람에 결국 하지 못했던 말은 이것이었다. “우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같이 빠져 나와요.” -p.117

-->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다. 세월호의 아픔. 작가님은 누구보다도 그 아픔을 공감하며 같이 아파했던, 아파하는 사람인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그 아픔이 밀려온다. 생각만으로 슬픔이 밀려온다. “우리 같이 살아서 빠져 나와요. 같이요. 꼭.”


나의 필요에 의해 만든 책이지만 세상에 내놓은 이상 누군가는 그 책을 본다. 아무리 나의 필요에 의해 쓴 책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부정적인 기분이 들거나 때로는 공격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의도하지 않은 대상이라고 해도 나의 글로 공경에 빠뜨리게 했다면 나는 유죄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고, 지금까지 늘 읽어왔던 작가들은 내가 간과했던 그런 것들까지 다 생각하며 한 문장, 한 단어 결코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것을. 정말 오래 생각했다는 것을. -p.144

-->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군가를 겨냥할 의도가 없더라도 혹시 보는 사람이 글을 읽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다 보면 생략하거나 쓰지 않거나.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누군가가 다치는 것보다는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일기와 같은 글만 쓰고 있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내가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좋은 글이라고 느꼈을까. 이렇게 질문하며 쫓아가 보면 진실함, 솔직함이 담긴 글을 ‘좋은 글’이라 여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내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글에 담아내는 것. 오래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렇게 끊임없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오해의 여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결국엔 세상 앞에서 누구나 단독자다. -p.198

--> 결국에는 세상 앞에서 누구나 단독자라는 말이 너무나 공감된다. 그렇지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다른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해주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된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