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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기록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190403-05 생각, 감정 메모)

by Sibnt 2019.04.07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지만, 오지 않을 일이라 여겼었나 보다. 할머니의 죽음이 거짓말 같았다.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장에 이야기하고 전주에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경험하는 게 처음이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연락을 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는 걸까. 할머니 부고이니 알리지 않는 게 나을까.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저녁 먹으러 오라는 목사님의 연락을 받고, 할머니 소식을 알렸다.

내려가는 길이 정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신없는 쪽보다는 멍한 쪽이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상황과는 다르게 나 이외의 세상은 평화롭게만 보였다. 내 소식을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좀 서글펐다.

할머니가 아니라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자꾸만 할머니의 죽음과 부모님의 죽음이 겹쳐졌다. 형제가 없는 나는 온전히 홀로 감당해야 할 일이다. 그런 아픔을 겪게 된다면, 자기 일처럼 함께해줄 사람이 있을까도 돌아보게 된다. 한없이 외로워졌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일. 하지만 언젠가는 감당해야 할 일. 너무 미리 걱정하는 것일 수 있지만, 시간은 내가 원하는 대로 더디 흘러가진 않기에, 마음이 끊임없이 내려갔다.

도착한 장례식장, 할머니의 사진을 보면서도, 그곳에 서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할머니의 죽음이 와닿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할머니가 왜 갑자기. 돌아가셨나. 왜.

방명록을 적는 곳에 앉아서, 때론 서서 자리를 지키거나, 밖에서 신발을 정리하거나, 안내하거나,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조의금 정리를 하는 것. 손자로서 내가 감당한 일이라곤 그저 그런 것뿐이었다.

장례식장에 문목사님과 김목사님 두 분이 찾아오셨다. 사실 찾아오신다는 연락을 받는데 눈물이 났다. 먼 거리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찾아오신다고 하니. 괜히 이야기해서 부담을 드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죄송했다. 그러면서도 와주시는 게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나의 슬픈 일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장례식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자식들을 보고 온다고 들었었다. 아버지 형제 중 아직 현직에 계신 분들,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의 지인들이 많이 찾아왔다. 화환, 조기, 꽃바구니도 대부분 그러했다. 자식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부모님의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다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장례식은, 돌아가신 분을 슬퍼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기도 했지만. 현재의 어떤 관계들이 단단해져 가는 자리이기도 했고, 금이 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장례식에도 높은 분들이 있었다. 높은 분들은 오시기 전부터 몇시에 오시는지 인지를 하고 맞이하거나, 오셨을 때 안내가 다르기도 했다.

입관식 때, 직접 할머니를 뵙고 나서야 할머니의 죽음이 실감 났다. 가끔 명절에나 뵈었던 나의 마음도 무너졌는데, 함께 살았던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입관식 때, 살아생전과 비슷하게 계시도록 요청을 했다고 했는데, 담당하신 분들이 무시하고 시신을 다뤘던 것 같다. 몸을 묶지도 말라 했는데 묶고, 할머니 얼굴은 파랗게, 또 코피까지 나왔다고, 속상해하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장례를 마치고, 한참 자고 일어나 들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조금 들었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직장(장례식장) 사장이 왜 자기 장례식장으로 모시지 않느냐고 성질을 부렸던 이야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쪽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설명을 잘했는데, 듣지 않고 성질을 부렸다는 이야기.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들에게, 그 타이밍에 그렇게 해야 했을까. 어떤 지인의 장례식, 결혼식 다 찾아가며 챙겼는데, 이번에 찾아오지 않아서 섭섭했다는 이야기. 말하자면 조금 복잡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자신의 이름으로 화환을 보낸 이야기. 등. (조금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이곳에 적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아픈 일 가운데, 드러나는 인격. 나는 다른 사람의 슬픔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나니, 허무한 마음이 몰려왔다. 내가 늘 머물러있는 SNS에서 가장 허무한 마음이 들었고, 그곳에서 사소한 일들에 감정을 쏟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와는 다른 세상인 그곳에서 잠시라도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은 그 세상을 쳐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세상으로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좀 나오고 싶었다.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들었던 생각들과 감정들을 이렇게 뒤죽박죽으로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아, 나는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었구나. 돌아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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