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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우울함 속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인생이 거지 같은 사건들로 채워진 이유》

by Sibnt 2019.03.25

책방에서 이 책을 지나가듯 본 적이 있었지만, 제목 때문이었을까, 선뜻 펼쳐보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는데, 첫 느낌이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천천히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구입하고 읽기 시작했다.

우울증을 앓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울감, 무기력함은 늘 따라다니는 감정이었다.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서른 초반, 비슷한 나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가족들의 언어에서 받을 수 있는 상처들, 회사에서 힘든 상사를 겪으며 위축되는 마음들 등. 이야기 속 마음을 나에게 가져와 끄덕이며 읽었다.

주인공 연오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곁에 있는 몇몇의 사람들은 그런 연오를 지지한다.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음이 숨 쉬는 데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 그리고 지지해주며 응원해주는 내 사람들.


* 책 속 밑줄

사람의 눈치를 본다기보다는 책방의 존재에 신경을 쓴다고 해야 할까? 책방에 건네는 하루 2만원이 이들의 존재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p.5

지겨웠다. 또 자기 이야기만 빙글빙글 계속 쏟아내겠구나. 생각하면서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최대한 덜 흡수하기 위해 느리게 대답하며 대화의 속도를 스스로 조금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대한 생각을 줄이고 노아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p.14

불행이자 다행은 윤팀장은 회사에서 최악인 사람 3인 중에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불행은 그 사람을 견뎌야 된다는 것이었고, 다행은 불행이라고 인정할만하다고 회사에서 널리 이해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p.15

찰나의 순간에는 힘을 쥐어짜 여유로운 마음과 따뜻한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있구나, 연오는 생각했다. -p.24

연오는 자신이 보통과 같다고 느끼는 곳에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꼈다. -p.43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에 대해 가질 만한 당연한 의문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답하기는 쉬웠다. "너 혼자 멘탈이 약한 거 아냐?", "다른 사람들에게 갈 피해도 있는데, 조금만 이 악물고 버티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병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물어볼 만한 질문을 해서 말이다. -p.72

"근데 결혼하고 나니깐 이제서야 회사가 힘들게 느껴져. 난 그냥 언제나 힘들 이유를 찾고 있는 것 같아. 결혼이 끝나니깐 이제 회사. 아마 회사 다음에도 날 괴롭힐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낼 거야. 지금 신랑이랑 자꾸 싸우는 게 그 다음 이유가 될 수도 있고." -p.137

항상 이렇다. 조직에 흠이 가면, 조직은 힘 없는 개인에게 책임을 미룬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위한다고 열심히 일하고, 회사가 짜 놓은 성과 체계에 발맞춰 시키는 대로 일하면 득을 보는 것은 회사일 뿐, 개인은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애써왔던 개인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치사하게 개인 배상까지 요구할 만큼 회사는 비열하다. 좋을 때는 빼앗기고, 나쁠 때는 내쳐지는 게 회사를 구성하는 개인의 현실이었다. -p.154

마지막 창을 넘긴 멤버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한 번의 만남 만에 바로 알아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사람들이 글을 읽는 동안 연오는 머리부터 발 끝가지 발가벗겨진 느낌이었고, '아 그러세요' 정도의 반응만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위로와 긍정적인 말들이 막혀 있던 연오 마음의 댐을 열어 뜨거운 울음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정필 앞에서처럼 꺽꺽 울지는 못했지만, 울컥하여 목구멍이 턱 막힌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p.158

돈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버는 것이지, 그 자체로 갈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며 사는 게 낫다, 고 연오는 진호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좋아하는 일, 설레는 일, 표정에서 빛이 나는 일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p.192

연약하고도 강고한 흙을 만지며 연오는 어느새 안전지대 위에 서있었다. 온전히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나를 미워하지 않을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다. 내가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주고, 보듬어 주어야 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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