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개/책

주위를 밝고 따스하게 만드는 한 음악가의 이야기,《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by Sibnt 2019.03.22

"길 위의 음악가. 어디서나 동네 가수. 일기와 편지로 노래를 만들어요. 가깝고 편하고 따뜻한, 목욕탕 같은 노래를 불러요." 저자 이내에 대한 소개가 이렇게 되어있다. 일기와 편지로 노래를 만들고 목욕탕 같은 노래를 부른다니! 마음이 끌렸다.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내가 본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는 길 위의 음악가의 크고 작은 시도의 기록, 도전의 기록이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는,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저자의 삶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그녀의 작은 시도들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그래서 따뜻하고, 즐거움이 가득하고,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흘렀다. 직접 만난 것이 아니지만, 글을 통해 온기가 전해지는 것이 신기했다. 만약 직접 만났더라면, 얼마나 더 따스하고 밝은 에너지가 전해졌을까.

길 위의 음악가, 이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주위를 좀 더 밝게 만들고, 즐거운 마음이 흐르도록 만드는 사람. 그렇게 만들기 위해 작은 시도들을 계속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책 속 밑줄

이제껏 여행자로 살아오면서 발견한 한 가지 비밀이 있다면, 엉뚱함이 종종 인연의 보물지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p.25

계해 님에게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모임이 있다는 얘길 듣고 (전속 가수답게) 그 모임 3주년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백석의 생일날 시작한, 시를 암송하는 모임 '떡생시모(떡이 생기는 시 모임)'는 만들어진 배경부터 기적 같은, 영화 같은 이야기가 쏟아진다고 했다. 계해 님은 이 모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말씀하셨지만, 나에게는 삶이 영화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p.32

재밌게 살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편하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거기에도 하기 싫은 노동이, 애씀이, 고통이, 갈등이, 낙담이 따라온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p.40

한 사람의 힘은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조금 다른 선택은 꽤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도 하니까, 오늘은 희망을 잠시 생각한다. -p.63

부족함은 상상력이 될 수도, 불편함은 재미가 될 수도 -p.110

친구들과 '생각다방 산책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비스무리하게 살고 있지만, 나는 서늘한 관계를 늘 지향해왔다. '우리의 관계는 언제든 끝날 수 있으며 너에게 전적으로 자유가 있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한다. 그만큼 나에게도 어떤 요구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있는 그대로 너를 받아들일 테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이런 식의 태도는, 함께 살며 겪게 되는 일상의 자잘한 문제를 자주 해결해준다. 순간의 사안에만 집중하면 감정적으로 꼬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p.117-118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 - 시》 中  -p.131

유명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거나 하는 어린 시절의 꿈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렇게 곁을 지키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해서 동네 가수로 남는 것, 그것이 내가 꾸고 있는 꿈길이다. -p.139

마지막에는 내가 가진 꿈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뭔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작은 꿈들을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굉장히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까지 일구어 온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아직도 꾸고 있는 작은 꿈들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눈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분명히 좀 다른 눈빛이었다. -p.158

누구라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게 처음 해보는 것이라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부족함을 채우는 데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모든 시도에는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따뜻함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p.190

사람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으니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져 있다. 자본 밖에서 자립을 실험하고, 약자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자리에 마음과 손을 보태고, 갈등과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행동을 계속하는 것. 나와 내 노래가 그런 길 위를 뚜벅뚜벅 걸었으면 좋겠다. -p.235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겐지 지음, 엄혜숙 옮김, 《비에도 지지 않고》 中 -p.240

댓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