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개/기록

용기부족, 그리고 후회

by Sibnt 2019.03.11

숙소에 짐을 두고 주위를 둘러볼 겸 밖에 나왔다. 비가 오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하늘 아래서 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가다가, 스타벅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스타벅스 직원 한 분이 쟁반에 저 조그마한 음료를 여러 개 두고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음료를 시음하며 그곳에 잠깐 서 있었다. 그 스타벅스 직원분은 음료를 나누어주다가 음료를 건네받은 외국인 부부, 일본인 노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외국인 부부 곁에 있는 어린아이를 함께 보며 웃는 모습을 보니, 흐린 날씨임에도 환하게 빛나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하려니, 머릿속은 하얘지고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점점 이야기가 끝나가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그곳에 끼어들어 "여러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같이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하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가가서 표현하는 용기. 나는 용기가 없었다. 물론 저 이야기를 일본어나, 영어로 표현할 능력도 없었다. 타국에 처음 홀로 나와 부족한 외국어 능력을 현실감 넘치게 느끼던 하루였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었다면 어떻게든 표현을 했을 텐데, 용기가 없었다.

외국인 부부가 먼저 떠나고, 뒤이어 일본인 노부부도 떠났다. 직원도 스타벅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나는 후회했다. 만약 내가 다가가서 그분들을 찍어드렸다면 어땠을까. 그분들에게 사진 한 장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다.

그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사진을 담았더라면, 나는 그 한 가지 일로 이 여행을 의미 있게 여겼으리라. 내가 변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에게 어려웠던 일이고, 결국엔 지고 말았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이 든다.

후회가 되면, 다음에 해보면 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마 똑같은 상황이 다시 주어져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용기내기보다는 그냥 가만히 서있는 쪽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익숙한 것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 보자. 두려워도 좀 움직여보자. 제발.

댓글2

  • BlogIcon suni’s 2019.03.11 20:59 신고

    제가 전에 일본에 갔을 때는 마침 성년의 날을 맞아 거리에 전통의상을 입은 청년들이 많았어요. 그중 정말 예쁜 기모노를 입은 친구들을 보고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고 멋진 포즈를 취해준 그들과 함께 기념이 될 사진을 찍었어요. 돌아와서 보니 용기내 부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을 볼 때의 기쁨을 생각하면 다가가기가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요. 남은 기간도 뜻깊은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