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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가까운 이의 부재를 함께 극복해가는 사람들,《키친》

by Sibnt 2019.02.25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이렇게 세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키친」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게 된 미카게에게 유이치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이야기. 「만월」은 엄마를 잃은 유이치에게 미카게가 손을 내밀어 준 이야기. 「달빛 그림자」는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츠키와 히라기가 그 상처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떠나보낸 이들의 이야기였다.

요즘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 문득,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나버리면 어떡하나 생각이 밀려오면 가슴이 먹먹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홀로 남게 된다는 것. 할머니가 죽자 집의 시간도 죽었다고 표현한 것처럼, 나는 아마 죽은 시간을 겪겠지. 결국에는 살아내는 소설 주인공처럼, 나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싶다가도. 곁에 아무도 없으면? 하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고, 감정이다. 그때가 왔을 때, 잘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결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려고 노력하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큰 슬픔에 빠졌을 때, 곁에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책 속 밑줄

그의 그런 태도가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쌀쌀맞지도 않아 오히려 지금의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하였다. 왠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저몄다.

마음속에서 따뜻한 빛이 잔상처럼 여리게 반짝거려, 그게 매력인 모양이라고 느꼈다. 처음으로 물이란 것을 안 헬렌처럼, 언어가 눈앞에서 살아 신선하게 움틀거렸다. 과장이 아니고, 그 정도로 경이로운 만남이었다.

할머니가 죽자, 이 집의 시간도 죽었다.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라든가, 화분이라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인생이란 정말 한 번은 절망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밤은 초를 새기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고적하고, 나만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미안스러울 정도로 정지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따스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하고 뜨겁고 맛있는 차를 마셨다는 기억의 빛나는 인상이 다소나마 그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런 희미한 빛의 소중함은 모두 지워버린다.

"물론 난 아직 어리고, 세일러복을 입지 않으면 울고 말 정도로 듬직하지도 못하지만, 외로울 때 인류는 형제잖아. 난 누나를 한 이불에서 같이 자도 상관없을 만큼 좋아하니까."

손을 흔드는 히토시. 그것은 마음에 빛이 스미는 것처럼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잘된 일인지, 사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강렬한 햇빛 속에서, 그 여운에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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