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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글과 삶이 같이 걸어가는 것을 꿈꾸며,《보통의 존재》

by Sibnt 2019.02.15

《언제 들어도 좋은 말》보다 《보통의 존재》가 더 좋았다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귀가 얇은 나는 이석원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도 궁금해졌고, 그래서 읽게 되었다.

하나의 큰 흐름으로 흘러가던 《언제 들어도 좋은 말》과는 다르게 각각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고, 새롭게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와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를 종종 만나서 반가웠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내시경'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칠순을 맞이하는 어머니가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돈 때문에 수면내시경으로 받지 않고 일반내시경으로 받았다고 한 이야기. 나중에 알고 보니 보호자 없이 수면내시경으로 받을 수 없었던 병원. 그곳에서 자신은 수면내시경을 받고, 어머니는 보호자로 곁을 지켜주신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글을 쓴 이후로 작가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어머니가 부탁할 일이 생기면 편안하게 하실 수 있도록 뭔가가 바뀌었을까. 변함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 또한 부모님에 대한 글을 사진과 일기로 남길 때면 마음이 아파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생각하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삶은 한순간의 감정의 변화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고백하는 글이 내 진심을 담은 이야기였으면 좋겠고, 또 글로 고백하는 생각들이 내 삶에 조금씩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느리더라도 그렇게 내 글과 삶이 같이 걸어갔으면 좋겠다.

 

* 책 속 밑줄

결혼이란 남녀 간의 사랑의 합체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사생활과 사생활의 결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난 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집이라는 공간에 고립되어 있을 때, 사람은 고통에 더욱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산책에 길이 필요한 것은, 길이란 풍경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좋은 길은 좋은 산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홀로 있다가 아무도 없는 세상에 둘이서만 있게 되는 게 연애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도 외롭지 않게 되는 건 아니지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기껏해야 한 사람이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니까.

젊어 생리적으로 왕성히 생성되던 호르몬이 줄어든 탓에 성욕을 비롯한 다른 많은 욕구들이 동반하여 줄어들고, 따라서 젊은 활기를 잃어버린 대가로 화분을 가꾸거나 읽지 않던 책에 손이 가곤 하는 것이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어디라도 날아가 생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벽 틈이나 낭떠러지 위에서까지 얼마든지 꽃을 피우듯, 사랑은 그렇게 어디서든 피어납니다.역시 조언이란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약기운으로 여전히 정신이 어질어질한데 엄마가 이것저것 꼼꼼히 챙겨주고 보살펴주신다. 엄마 곁에서, 나는 마치 아이 같았다. - 내시경 中

내가 이처럼 정을 주지 않으니 아마 이곳 또한 나에게 정을 주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움츠러든 결과 그만 숨기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거든요. 왜인지 다들 마음껏 자신을 내던질 때 저만은 언제나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 있게 됩니다.

나의 말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말이 될 수 있고, 나의 행동과 내가 빚어내는 모든 결과물들은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명심하라. 결혼이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아니다. 오히려 결혼은 당신에게 수많은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다. 당신이 당신의 동반자와 기꺼이 그 문제를 풀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때 감행하라. 그 무섭다는 결혼을.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자유를 포기해야 결혼을 할 수 있고 동물의 본능을 거세해야 사람과 살 수 있고 자식과 부모 둘 중 어느 하나는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동거가 가능한 것처럼.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부족함이나 오해 없이 전달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돈독하게 만드는 일, 또 누군가 나를 오해해서 싫어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거든요.

 

댓글2

  • suni 2019.02.15 13:18

    책 속 밑줄의 구절들이 공감이 많이 되네요. 여러번 읽었어요. 글과 삶이 같이 걸어간다는 것..그 꿈도 마음에 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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