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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삶을 알아보다,《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by Sibnt 2019.02.13

독서모임 책이어서 읽게 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어려워하기도 하고 집중을 못하다 보니 대충대충 큰 흐름만 읽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날개 글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보니,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잔혹한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고 적혀있었다. 말하자면 내가 호모 이코노미쿠스인 것이다.

책에는 사례들도 많이 나오고, 큰 틀에서의 현실을 분석해놓은 것도 많았는데 공감이 되었다. 알게 된 만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진 자가 어떠한 시스템을 원하는지 보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무기력한 마음도 들었다. 이것이 보인다고 해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고 힘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도, 알아가기를 포기하지 말자. 다수의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은 알아야 한다.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알아가고, 연대하고, 행동하고. 사실 그게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호모 이코노미쿠스에게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전에는 우리 동네에 정육점이나 빵집을 포함해 온갖 것들이 다 있었어요. 그런 곳에 가면 어떻게든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슈퍼마켓을 이용하면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훨씬 줄어들어요. -p.25

우리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수단은 돈이다.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붙는다. 그 명제는 언제나 참이며 대단히 명확하다. 돈이란 우리에게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 '부재不在'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세상은 돈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토록 결핍에 시달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p.32

예전에 항공사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 급하게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에게 할인을 제공했다. 당시에는 어떤 기업도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통해 수익을 얻어선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에, 유족들에게 관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할인을 제공하는 항공사는 더 이상 없다. -p.43

우버의 기사용 앱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일을 계속하면 돈을 얼마나 추가로 벌 수 있는지 말하는 대신 일을 하지 않으면 얼마의 손실을 볼 것인가 알려준다. 행동과학을 전공한 우버의 컨설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운전자들은 돈을 버는 일을 좋아하기보다는 돈을 잃는 것을 싫어합니다." -p.62

파괴의 경제학은 혁신, 생산, 성장이 아니라 약탈과 착취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85

우리는 단 한 순간이라도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들의 터무니없는 소득을 부끄러워하거나, 이를 남에게 조금이라도 양보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p.86

돈 아모스에게 닥친 비극은 새로운 '노동의 진실', 즉 건강이나 행복 따위는 거들떠볼 여유도 없이 1년 365일 하루에 24시간 언제나 일할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진실을 폭로한다. 토비 손은 '부채의 진실'을 드러낸다. 오늘날 빚은 삶의 모든 것을 고갈시키며, 간단한 계약서 한 장이 우리를 깊은 수렁 속에 영원히 몰아넣는다. 로드니 잭슨의 사례는 '권력의 진실'을 말해준다. 자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착취의 필요성이 없어진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조직에서 몰아낸다. -p.148

"직원들은 생산 라인에서 작업할 때 기저귀를 착용하고 선 채로 대소변을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물이나 음료수를 가능한 한 적게 마셔야 했다. -p.194

우리는 사무실에서 나름 바쁘게 일하지만, 이는 결국 '바쁘게 보이기 위해 바쁜' 것일 뿐이다. -p.209

오늘날 신 자유주의적 사회의 노동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담론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초고강도의 노동과 마라톤 같은 업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는 정반대다. 대부분의 직원은 직장에서 별다르게 하는 일이 없으며, 단지 상사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척할 뿐이라는 것이다. -p.215

이제 고용은 '개인화' 됐다. 그러므로 이전에는 기업들이 부담하던 노동에 관련된 비용은 '주문형' 노동 비즈니스 모델, 자영업, 포트폴리오 경력, 제로-아워 계약 등의 덕분에 모두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p.265

저소득 노동이나 '과도한 책임의 자율성'이라는 이름의 관리 시스템은 노동자들을 직접 착취할 뿐 아니라, 공공의 지갑에서도 돈을 약탈해간다. -p.289

근무 경력이 24년 이상인 영국의 공공 부문 직원 7,000명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 지루함을 느끼는 노동자들은 일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비해 일찍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p.295

노동자들이 위험을 떠안고 경제적 불안의 비용을 부담할 때는 분명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일을 할 때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 -p.296

권력자들은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우리의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제로-아워 계약, 부실한 연금 계획, 악마 같은 관리자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경제적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에 대한 심각한 경고의 언어로 우리의 삶을 융단 폭격한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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