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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반짝이던 여름날의 추억, 《티티새》

by Sibnt 2019.02.06

집에서 가까워 가끔씩 찾아가는 “천천히, 스미는”이라는 책방에서 비밀자판기 책으로 뽑은 책이다. 포장이 되어있어서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과 혹시나 마음에 안 드는 책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적절히 어우러져 설레는 마음으로 뽑았다.

평소 책을 조금씩 나눠 읽어서 한 권을 오랫동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얇기도 하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책을 펼친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설의 인물들이 되어 그 삶을 살아본다. 반짝이고 톡톡 튀는 츠구미를 바라보는 친구(한 살 언니이지만)의 삶을 살아보고, 전처와 이혼 후 가정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빠의 삶도 살아보고, 몸이 아프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츠구미의 삶도 살아보았다.

쿄이치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반짝임, 겐고로라는 강아지를 잃었을 때의 슬픔, 강아지의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했던 마음, 자신의 마지막을 예상하며 삶을 정리했던 마음.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그 마음을 함께 느꼈다.

다양한 감정이 흘렀던 여름날의 추억처럼 나에게도 그러한 추억이 남아있나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그런 추억들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왠지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 책 속 밑줄

그것은 반짝반짝 아름답고, 그러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거의 파도와 비슷했다. 피할 수는 없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별, 그런 일을 하다가 문득 손길을 멈추면, 가슴속으로 쉼 없이 밀려오는 아픔보다 한결 애틋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p.31

인생은 연기,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의미는 똑같아도, 내게는 환상이란 말보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저녁,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아찔하도록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간은 온갖 마음을, 모든 좋은 것과 더럽고 나쁜 것의 혼재를 껴안고, 자기 혼자서 그 무게를 떠받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혼자서. -p.44-45

가끔, 신기한 밤이 있다. 공간이 약간 어긋난 듯하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보이는 그런 밤이다. 잠은 오지 않고, 밤새 재깍거리는 괘종시계의 울림과 천장으로 새어드는 달빛은 내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어둠을 지배한다. 밤은 영원하다. 그리고 옛날에는 밤이 훨씬 더 길었던 것 같다. 무슨 희미한 냄새가 난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 희미해서 감미로운 이별의 냄새이리라. -p.74

마치 텔레파시처럼 밤을 건너, 나와 츠구미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밤은 때로 이런 잔재주를 피운다. 공기가 천천히 어둠을 전하고, 다른 곳에서 이어진 마음이 손바닥에 별처럼 톡 떨어져, 사람을 깨운다. 이튿날 아침이면, 있었다는 것조차 희미해지고, 빛에 뒤섞여 버린다. 그리고 그런 밤은 길다. 한없이 길고, 보석처럼 빛난다. -p.82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듯. -p.84

뭐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그때, 온 동네를 천천히 감싸 안은 투명한 빗소리 속에서, 츠구미와 이 남자는 느낌이 좋다, 고 확신했다. -p.97

자기 체력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작업 끝에 상대가 죽는다 한들, 자신의 소중한 개의 죽음보다 무겁지 않다고 굳게 믿고서.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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