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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나를 보호하고 세워주는 대한민국헌법,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by Sibnt 2019.02.06

그동안 대한민국헌법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평소 가보고 싶었던 북라이트라는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이어서 구입하고 보게 되었다. 독서모임 선정 책이기도 했지만 헌법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막연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에서부터 말들이 꽂히기 시작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사랑꾼 조항. 그리고 이 헌법이 만들어지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헌법에는 많은 권리들이 있었다. 책을 읽어갈수록 나의 존재감을 세워주는 듯한 느낌. 그것도 그저 말로 위로하며 세워주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명확하게 말해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헌법에 비해 살아가는 삶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알지 못해서 누리지 못했고,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기에 힘이 없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헌법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쉬운 언어로 이야기해주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책 속 밑줄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헌법 37조 1항을 보고 마치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른여섯 가지 사랑하는 이유를 쫙 적어놓고 마지막에 추신을 붙인 거죠. "내가 여기 안 적어놨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헌법 12조, 신체의 자유에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이 한 줄 넣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받았을지 생각하니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사람들이 그려지는 거예요. 3·1운동 때 태극기 들었던 사람들도 떠오르고요.

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권력자인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법이더라고요.

헌법에 따르면 어떤 순간에도 국민이 '갑'입니다. 그러니까 헌법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헌법을 보면, 국가가 국민들의 '빽'이 되어줘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 함민복, <가을> 中

그동안 저도 "그런다고 사회가 변할 것 같으냐?"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쉽게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더 나쁘게 변해갈지도 몰라요.

"사실 돈으로 치면 크지 않죠. 이 100원이란 뭐냐 하면, 저희가 폭염 속에서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어떤 존중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조항은, 고문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그 조항을 펼친 덕분에 지켜지기 시작했고, 모든 국민이 고문 받지 않는 세상이 온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이 한 줄이 지켜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받았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했으면 이 조항을 넣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들의 희생 위에 이 헌법 조항이 있습니다.

제가 "당신은 늘 옳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인간은 기본적인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고, 마음에 균형 작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간혹 그런 균형 작용과 마음의 작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긴 해요. 그러나 그들도 나름대로 옳은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그들 나름대로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내린 선택일 테니까요.

세상의 모든 싸움은 옳음과 그름의 싸움이 아니래요. 그러면 벌써 끝났죠. 세상의 모든 싸움은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래요. 그들이 봤을 땐 그게 옳거든요.

저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생명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는 먹을 수 없잖아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소중해지잖아요.

혹시라도 "이왕 얘기 시작했으니 좋다, 당신도 한마디 해봐라" 이렇게 허락해주신다면 저는 이 말 하고 싶어요.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은 우리가 치우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도움은 안 되더라도 방해가 되면 안 되잖아요.

한 사람의 노동의 가치를 결정할 때 7000원이냐, 8000원이냐가 아니라 '가치를 매길 수 없다'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 이렇게 사나' '내가 이러는 게 맞나' '내가 자격이 있나' 싶을 때 "너 그래도 괜찮아"라고 정당성을 부여해준 게 헌법이었어요.

원시시대에 동굴 밖에서 짐승 소리가 날 때 불안해하지 않고 '나가볼까?'하고 나갔던 사람은 다 죽었어요. 반면 그때 불안해하면서 '날이 밝으면 나가보자'라고 소심하게 떨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그들의 후손이 바로 우리인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공감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상상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의 기쁨을 상상하는 능력이에요.

독방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면, 그 문을 열어봐주고 지켜봐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게 모르게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받으며 사는 거잖아요. 그러니 함께 알아주면 좋겠어요. 알게 되면 우리에게 마음이 생겨나잖아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법률 작업은, 그때 당시 올리버 팀보와 함께 고문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한 짓을 우리는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의 도덕성이 그들의 잔인함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댓글2

  • BlogIcon suni’s 2019.02.06 23:17 신고

    이 책 읽으려고 빌렸다가 기한 내에 다 못 읽고 반납했는데 글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기네요..다시 빌려봐야 겠어요..
    답글

    • BlogIcon Sibnt 2019.02.08 20:19 신고

      저는 이거 독서모임 갔을때 작은 미니책자에 헌법이 적혀있는 것을 받았어요. 다음에 시간날 때 이것도 천천히 읽어볼까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