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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서로 달라도 괜찮다 말해주는 세상을 꿈꾸며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

by Sibnt 2019.01.31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라는 책 표지에 적힌 '착한 것도 흠이 되나요? 열심히 사는 것도 민폐라면서요?'라는 글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착한'이라는 단어에 끌렸던 것 같다.

책은 어퍼컷, 권태로 빛은 청춘, 답답한 재주를 가진 남자, 아주 고약한 독백, 그를 죽인 목격자들,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책 제목은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었다.

단편 모두 몰입해서 읽었다.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고, 영상을 보는 것처럼 이미지가 그려졌다. 등장인물들의 시기를 막 지나온, 혹은 지나고 있는 나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공감이 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나는 답답해하기도 했고, 통쾌해하기도 했으며, 속상한 마음에 아파하기도 했다.

나는 작가가 만든 세상 속에서 소수의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다수의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며 간접적으로 그 삶을 살았다. 느꼈던 마음을 잘 녹여내어 "서로 달라도 괜찮다 말해주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졌다.



* 책 속 밑줄

이미 퇴직한 강사로부터 급여나 퇴직금 관련 소송도 하루가 멀더하고 이어졌지만, 그 안에서 원장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강사들은 그 소송이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 역시 돈다발과 함께 영원할 것처럼 굴었다. - 어퍼컷 中


오랜만에 나가보니 삶은 무한대로 잘도 흘러가고 있었다. 문득 나만 고여 있는 것 가타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던데. 그럼 나의 삶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썩어가고 있는 건가. 웅크리고 있던 내 안의 뜨거운 한숨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방 안을 맴돌다 흩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내일 무엇을 해야 좋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꼭 무엇을 해야 하는 내일이 부담스러워졌다. - 권태로 빛은 청춘 中

나는 아들의 얼굴에 대놓고 난 시퍼런 멍 자국을 보고도 모른 체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정말,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현이는 엄마인 나를 향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제현이를 얼마나 다행스러워하고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 아주 고약한 독백 中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웬일인지 내 마음에서 수진은 제현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구분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구분은 더 이상 수진을 빛나거나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았다. - 아주 고약한 독백 中

대화라는 게 그렇잖아요. 내가 하나를 주면 상대방도 하나를 줘야 공평해지고 그래야 이야기할 맛이 나는데 두 개를 줘도 상대방이 웃음으로 때우거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알 수 없는 표정만 짓고 있으면 이야기할 맛이 뚝 떨어지잖아요. - 그를 죽인 목격자들 中

달라도 괜찮다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글을 통해 그 말을 하는 중인데, 독자들도 동참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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